Sigur Rós를 듣는 요즘, 모든 의문과 욕망은 본질로 치닫는다.

벽에 걸린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는 출근길, 갑자기 『다다를 수 없는 나라』가 생각나 책장 앞에서 서성거렸다. 이리저리 흔들리는 버스에 서서,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고 다른 손으로 책장을 넘기며 이 구절을 찾았다.


성직자들은 논 옆에 있는 그 마을에서 생활을 시작했다. 그곳은 바 딘이라는 곳이었다. 베트남 사람들은 가난하고 행복했다. 그들은 논농사를 짓고 살았다. 카트린느 수녀는 물을 가득 댄 들판의 색깔이 수시로 변하는 모습이 싫지 않았다. 아침이면 녹색의 벼포기들이 새로운 하늘빛을 받아 불그레했다. 그리고 다시 햇빛이 비치면 그 펀펀한 풍경이 이상할 정도로 순정해지는 것이었다. 그렇지만 여자들은 계속하여 모를 냈다. 마침내 해가 넘어가고 어두운 녹색의 불안한 물이 무지개빛을 발했다. 프랑스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.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가 무의미해졌다.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베트남의 그 풍경들 가운데, 다스려지지 않은 대자연 앞에서 카트린니 수녀는 보잘것없는 존재였다. 그녀의 기도는 곧바로 핵심을 향했고 이제 더이상 유혹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. 세계는 속이 빈 조가비였다.

- 크리스토프 바타이유, 『다다를 수 없는 나라』, 문학동네


카트린느 수녀의 기도는 핵심을 향했지만 결국 세계는 '속이 빈 조가비였다'. 그녀는 수녀복을 벗어 던지고 나서야 그 빈 공간을 채울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. 설의 마지막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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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90629 :: 2009/06/30 15:24 daily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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